🎯 글을 쓰게 된 이유

해외 여행을 가거나 외국 친구들과 대화할 때, 그리고 개발하면서 영어 문서를 읽을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도구 중 하나가 바로 구글 번역이다.
예전에는 번역기가 정말 어색했다.
"나는 밥을 먹는다"를 번역하면 어색한 번역이 나와서 사람들이 "구글 번역 쓴 거냐?"라고 놀렸을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상당히 자연스럽다.
문득 궁금해졌다. 구글 번역기는 도대체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 걸까? 단순히 단어를 하나씩 바꾸는 건 아닐 텐데...
그래서 이번에는 구글 번역기가 우리들의 말을 번역해주는 방법에 대해 파헤쳐보기로 했다.
💡 구글 번역기의 공식 역사
초기 시작 (2006년)
구글 번역은 2006년 4월에 처음 출시되었다. 처음에는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중국어 4개 언어만 지원했다.
흥미로운 점은 구글 번역이 만들어진 계기 중 하나가 한국어를 번역하기 위함이었다는 것이다.
2004년 구글 회장 세르게이 브린이 한국 팬으로부터 받은 메일을 번역기에 입력했더니
"회신 바랍니다 구글 파이팅!"이라는 말이
"The sliced raw fish shoes it wishes. Google green onion thing!"라는 수수께끼 같은 번역이 나왔다고 한다.
통계 기반 시대 (2006-2016)
초기에는 SYSTRAN 기반의 번역기를 사용했지만,
2007년 10월부터 구글 독자적인 통계 기반 기계번역(SMT) 엔진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2007년부터는 구문 기반 기계번역(PBMT) 방식을 사용했다
- 문장을 단어와 구 단위로 쪼개서 하나하나 개별적으로 번역
- 통계적으로 가장 적합한 번역 선택
- 하지만 매끄럽지 못하고 단어를 나열하는 수준의 번역
📝 SMT(Statistical Machine Translation)란?
통계 기반 기계번역은 대량의 양국어 병렬 코퍼스(원문과 번역문 쌍)를 분석하여 통계적 패턴을 학습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사랑"이라는 단어가 "love"로 번역될 확률이 80%, "affection"으로 번역될 확률이 15%라는 식으로 계산한다.
📝 PBMT(Phrase-based Machine Translation)란?
문장을 의미 있는 구 단위로 나누어 번역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나는 밥을 먹는다"를 "나는" + "밥을" + "먹는다"로 나누는 것이 아니라
"밥을 먹는다"를 하나의 구로 인식해서 "eat rice"로 번역한다.
하지만 여전히 문맥을 이해하지 못하고 구를 단순히 나열하는 수준이었다.
- 문장을 단어와 구 단위로 쪼개서 하나하나 개별적으로 번역
- 통계적으로 가장 적합한 번역 선택
- 하지만 매끄럽지 못하고 단어를 나열하는 수준의 번역
혁신의 순간 (2016년)
2016년 9월 28일, 구글이 역사적인 발표를 했다. AlphaGo에도 사용된 딥러닝 기술을 구글 번역에 적용한다는 것이었다.
2016년 11월, 구글 신경망 기계번역(GNMT, Google Neural Machine Translation) 시스템을 공식 도입했다.
구글 공식 발표에 따르면 기존 구글 번역의 오류를 58~87% 줄였다고 한다.
🔍 GNMT: 구글의 신경망 번역 시스템
GNMT의 공식 구조
구글이 2016년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GNMT는 다음과 같은 구조를 가진다
신경망 구조
- 8개 인코더 층과 8개 디코더 층으로 구성된 깊은 LSTM 네트워크
- 어텐션 메커니즘과 잔차 연결(Residual Connection) 사용
- 총 파라미터 수: 1억 6천만 개 ~ 3억 8천만 개 (논문마다 다르게 기술됨)
핵심 기술
- WordPiece 토크나이저: 단어를 더 작은 단위로 분할해서 희귀 단어 처리 개선
- 빔 탐색(Beam Search): 가장 적합한 번역 후보를 선택
- 어텐션 메커니즘: 번역할 때 원문의 관련 부분에 집중
📝 LSTM(Long Short-Term Memory)이란?
LSTM은 순환 신경망(RNN)의 한 종류로, 긴 문장에서도 앞부분의 정보를 기억할 수 있는 신경망이다.
일반 RNN은 "나는 어제 친구와 영화관에 가서 재미있는 영화를 봤다"라는 긴 문장에서 "나는"이라는 정보를 끝까지 기억하지 못하지만, LSTM은 특별한 게이트 구조를 통해 중요한 정보를 선택적으로 기억하고 잊을 수 있다.
📝 잔차 연결(Residual Connection)이란?
딥러닝에서 신경망 층이 깊어질수록 발생하는 기울기 소실 문제를 해결하는 기법이다.
입력값을 출력값에 더해주는 '지름길'을 만들어서, 정보가 여러 층을 거쳐도 손실되지 않도록 한다.
8층짜리 깊은 LSTM이 제대로 학습될 수 있게 도와주는 핵심 기술이다.
📝 WordPiece 토크나이저란?
단어를 더 작은 의미 단위로 나누는 기술이다.
예를 들어, "unbreakable"이라는 희귀한 단어를 "un" + "break" + "able"로 나누어 처리한다.
이렇게 하면 처음 보는 단어도 알고 있는 부분 단위들의 조합으로 이해할 수 있어서 번역 품질이 향상된다.
한국어의 경우 "먹었습니다"를 "먹" + "었" + "습니다"로 나누는 방식이다.
- 빔 탐색(Beam Search): 가장 적합한 번역 후보를 선택
📝 빔 탐색(Beam Search)란?
번역할 때 여러 개의 후보를 동시에 고려하여 최적의 번역을 찾는 알고리즘이다.
예를 들어, "I love you"를 번역할 때 "나는 당신을", "나는 너를", "저는 당신을"이라는 3개 후보를 동시에 고려하면서,
각각에 대해 다음 단어 후보들("사랑한다", "좋아한다")을 또 고려해서 최종적으로 가장 자연스러운 번역을 선택한다.
- 어텐션 메커니즘: 번역할 때 원문의 관련 부분에 집중
인코더-디코더 구조
GNMT는 인코더-디코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인코더(Encoder)
- 입력 문장을 받아서 의미를 압축한 벡터 표현으로 변환
- 8개 층의 LSTM으로 구성 (첫 번째는 양방향, 나머지는 단방향)
디코더(Decoder)
- 인코더가 생성한 표현을 받아서 목적 언어로 번역
- 8개 층의 단방향 LSTM으로 구성
- 한 단어씩 순차적으로 생성
📝 벡터 표현이란?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는 숫자 배열로 문장의 의미를 나타내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나는 사과를 좋아한다"라는 문장을 [0.2, -0.5, 0.8, 0.3, ...]과 같은 수백 개의 숫자 배열로 변환한다.
비슷한 의미의 문장들은 비슷한 숫자 패턴을 가지게 된다.
- 8개 층의 LSTM으로 구성 (첫 번째는 양방향, 나머지는 단방향)
📝 양방향 vs 단방향 LSTM
단방향 LSTM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만 정보를 처리하지만, 양방향 LSTM은 왼쪽→오른쪽과 오른쪽→왼쪽을 동시에 처리한다. "나는 어제 친구와 만났다"에서 "친구"를 이해할 때, 앞의 "나는 어제"와 뒤의 "만났다"를 모두 고려할 수 있어서 더 정확한 이해가 가능하다.
어텐션의 혁신
GNMT의 핵심은 어텐션 메커니즘이다. 구글 공식 설명에 따르면:
- 번역할 때마다 원문의 모든 단어를 다시 살펴봄
- 현재 번역하는 단어와 가장 관련 있는 원문 부분에 집중(attention)
- 긴 문장에서도 초반 정보를 잊어버리지 않음
📊 GNMT의 공식 성능
성능 개선 효과
구글 공식 발표 자료에 따르면:
- 인간 평가에서 기존 구문 기반 시스템 대비 평균 60% 오류 감소
- WMT'14 영어-프랑스어, 영어-독일어 벤치마크에서 최고 수준 성능 달성
실서비스 적용
2016년 11월, GNMT가 실제 서비스에 적용되기 시작했다:
- 첫 적용: 중국어↔영어 번역
- 일일 처리량: 약 1800만 건의 번역 요청
- TensorFlow와 TPU(Tensor Processing Unit) 사용으로 실시간 처리 가능
Zero-Shot 번역
GNMT의 혁신적 기능 중 하나는 Zero-Shot 번역이다
📝 Zero-Shot 번역이란?
직접 학습하지 않은 언어 쌍도 번역할 수 있는 놀라운 능력이다.
예를 들어, 일본어→영어와 한국어→영어 번역만 학습한 시스템이 일본어→한국어 번역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GNMT가 언어별 특성을 넘어선 보편적 의미 표현(Universal Representation)을
학습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마치 "사랑"이라는 개념이 한국어든 영어든 일본어든 동일한 의미 공간에서 비슷한 위치에 표현되는 것처럼,
시스템이 언어 독립적인 중간 언어를 내부적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 직접 학습하지 않은 언어 쌍도 번역 가능
- 예: 일본어-영어, 한국어-영어로만 학습해도 일본어-한국어 번역 가능
- 시스템이 언어 독립적인 중간언어 표현을 학습한 것으로 추정
🚀 현재의 구글 번역
지원 언어
2022년 기준 구글 번역은 133개 언어를 지원한다. 최근에는 산스크리트어 같은 고대 언어와 아메리카 원주민 언어까지 추가되었다.
사용 규모
구글 공식 발표에 따르면:
- 일일 사용자: 5억 명 이상
- 2017년 기준: 하루 5억 건 이상의 번역 요청 처리
- 가장 많이 사용되는 언어 조합: 영어-스페인어, 영어-아랍어, 영어-러시아어
기술적 발전
2020년에는 GNMT가 트랜스포머 인코더와 RNN 디코더를 결합한 시스템으로 업데이트되었다.
📝 트랜스포머(Transformer)란?
2017년 구글이 발표한 혁신적인 신경망 구조로, 현재 ChatGPT의 기반 기술이기도 하다.
LSTM처럼 순차적으로 처리하는 대신 문장의 모든 단어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어서 훨씬 빠르고 효율적이다.
특히 셀프 어텐션(Self-Attention) 기술을 통해 문장 내 모든 단어 간의 관계를 동시에 파악할 수 있다.
"그는 공을 던졌다"에서 "그는"과 "던졌다"의 관계, "공을"과 "던졌다"의 관계를 모두 한 번에 계산한다.
🎯 GNMT가 아직 못하는 것들
구글이 공식적으로 인정한 한계점들
1. 여전한 오류들
- 단어 누락: 번역 중 일부 단어를 빠뜨림
- 고유명사 오역: 인명, 지명 등의 번역 오류
- 희귀 용어: 자주 사용되지 않는 전문 용어 처리 한계
2. 문맥의 한계
- 문장 단위 번역: 문단이나 페이지 전체 맥락을 고려하지 못함
- 중의성 해결: 동음이의어나 다의어 처리의 어려움
3. 언어별 성능 차이
- 영어 기반 언어는 70~80% 정확성
- 한국어, 베트남어, 태국어 등 단일 국가 언어는 데이터 부족으로 품질 한계
🎯 결론
구글 번역기의 작동 원리를 파헤쳐본 결과, 10년간의 혁신적 발전 과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핵심 기술 발전
2006년: SYSTRAN 기반 → 2007년: 구문 기반(PBMT) → 2016년: 신경망 기반(GNMT)
GNMT의 핵심 원리
- 인코더-디코더 구조: 8층짜리 깊은 LSTM 네트워크
- 어텐션 메커니즘: 번역 시 원문 전체를 참조하는 집중 시스템
- WordPiece: 희귀 단어 처리를 위한 서브워드 분할
- Zero-Shot 번역: 중간언어 표현을 통한 미학습 언어쌍 번역
놀라운 성과
- 기존 시스템 대비 60% 오류 감소 (구글 공식 발표)
- 일일 5억 명 이상 사용하는 글로벌 서비스
- 133개 언어 지원하는 세계 최대 번역 시스템
가장 인상적인 점은 구글이 2016년 한 해 동안 10년간 사용하던 통계 기반 시스템을 완전히 신경망 기반으로 바꿔 혁신적 성능 향상을 이뤄냈다는 것이다.
물론 여전히 완벽하지는 않다. 구글도 공식적으로 "기계번역은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라고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GNMT라는 중요한 이정표를 통해 번역 기술이 인간 수준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진 것은 분명하다.
다음에 구글 번역을 사용할 때는 그 뒤에서 돌아가는 8층짜리 LSTM과 어텐션 메커니즘의 복잡한 계산 과정을 떠올려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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